[산업일보]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보다 ‘어떻게 쓰게 만들 것인가’가 더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에서도 민간과 현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기술 수준이 아닌 적용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며, 단계적 접근과 정책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DX의 출발은 ‘디지털 간판’
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본부장은 소상공인 DX의 출발점을 ‘플랫폼 등록’으로 규정했다.
현재 많은 소상공인이 오프라인에서는 사업자 등록과 간판을 통해 존재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외식업, 숙박업, 도소매업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에 등록되지 않으면 판매 채널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구조다.
차 본부장은 이를 ‘디지털 간판’으로 표현하며, 이 단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이후 DX나 AX도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후 단계는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다. “매출 장부의 디지털화, 고객 리뷰 관리, 업종별 콘텐츠 구성 등이 이어져야 하며, 이러한 기반이 마련된 뒤에야 AI를 활용한 상품 안내나 고객 응대 자동화 같은 AX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한 차 본부장은 “단, 고령층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업종별 매뉴얼과 단계별 가이드 없이 일괄 도입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술보다 ‘사용 전환’이 문제
파이온코퍼레이션 안승천 AX본부장은 기술 관점에서 소상공인 AX 도입의 병목 지점을 짚었다.
그는 “현재 AI 기반 이미지 생성이나 마케팅 콘텐츠 제작은 간단한 입력만으로도 결과물의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이 과정을 끝까지 활용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 본부장은 이러한 이탈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난이도가 아니라 시간 부족’을 꼽았다. 그는 “영업과 운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환경에서 매뉴얼을 따라가며 학습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실제로는 ‘한 단계만 더 넘어가면 효과가 나타나는 구간’에서 사용이 중단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시장 구조상 AI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엔터프라이즈 고객에 집중하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공급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데이터 부족 역시 AX 확산의 핵심 장애 요인이다. “많은 소상공인이 자신의 업무 구조나 고객 특성, 매출 흐름을 데이터로 축적하지 못하고 있어 AI 적용 설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이라고 말한 안 본부장은 “단순한 솔루션 보급이 아니라, 사전 진단과 데이터 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 '인식 개선과 정책 전환 병행해야'
정부 측을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벤처기업부 추경훈 과장은 현장 의견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추 과장은 “현재 소상공인의 AI 도입 의향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술 지원 이전에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교육이나 장비 지원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AI 기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업종별 로드맵 구축, 찾아가는 1:1 교육 확대, AI 기반 마케팅 및 진단 기능 도입 등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과장은 “소상공인 대상 브랜드 육성 사업에 AX 개념을 접목하거나, 마케팅 대행과 AI 진단을 결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며, “현장 접근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