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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효율만 좇으면 AI는 ‘역병’이 된다
김대은 기자|kde125@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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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효율만 좇으면 AI는 ‘역병’이 된다

AI 시대, 콘텐츠 경쟁력은 양산이 아니라 완성도에 달려

기사입력 2026-04-09 17: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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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효율만 좇으면 AI는 ‘역병’이 된다
자료사진=본보 기획/AI 생성

[산업일보]
AI(인공지능)는 콘텐츠 제작 환경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반기는 만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AI 역병’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들린다.

최근 AI의 생산성 향상 가능성에 주목한 경영조직이 콘텐츠 제작팀의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존 고숙련 인력을 저숙련자로 대체하거나, 콘텐츠 생산량 확대를 요구하기도 한다. ‘AI 쓰면 이런 건 금방 만들 수 있지 않나’와 같은 말로 압박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 사내 영상 제작 현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통상 작가, PD, 그래픽 디자이너로 구성되던 팀을 AI 기반 1인 체제로 축소 개편하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이해가 낮은 산업군일수록 이런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영상 제작에는 데이터로 정형화하기 어려운 기획력·감각·안목 등이 요구되며, AI를 활용해 준수한 수준의 품질을 갖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역시 단순하지 않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수십 차례 수정해야 하며, 손가락 형태나 비문과 같은 오류를 바로잡는 리터칭 작업에도 고도의 집중력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듯 경영조직의 흔한 오해는 AI가 ‘완성재’를 만들어주는, 기존 인력의 값싼 대체제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숙련자가 도구로 활용할 때 가치를 발휘하는 보완재에 가깝다.

AI를 활용하면 직접 현장을 찾거나 관계자와 소통하지 않아도 기업의 홈페이지나 홍보책자, 보도자료만으로 그럴듯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조립’에 가깝다. 정보를 재배열할 뿐,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검증 없는 조립이 반복될 때 나타나는 증상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영상이 숏폼으로 가공되고, AI 자막과 음성이 덧입혀진 뒤 반응 콘텐츠로 순환하듯 소비되는 과정에서 원본 영상의 취지와 맥락은 희석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휘발되고 만다.

AI를 통해 콘텐츠 생산량을 수배로 늘리는 것은 어떨까. 얼핏 생각하기엔 기존보다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으니 마케팅 측면에서 이득처럼 보인다. 그러나 콘텐츠의 영향력은 하나하나의 완성도에서 비롯된다.

품질 검수조차 거치지 못한 채 양산된 콘텐츠가 도배되면, 소비자는 이를 ‘유용한 정보’가 아닌 ‘피로감을 주는 스팸’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희소성과 신뢰를 잃은 콘텐츠들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넷플릭스(NETFLIX) 다큐멘터리 ‘뉴요커, 100년의 이야기’에서 미국 대표 주간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 이하 뉴요커)’는 29명 규모의 팩트체크 부서를 운영한다. 기사뿐만 아니라 표지의 설정, 만화, 시 등 거의 모든 콘텐츠의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그들의 집요함은 저널리즘의 품격을 ‘속도’가 아니라 ‘검증’에서 찾으며 매체의 존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 콘텐츠 제작은 ‘기록’을 남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로 누구나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게 된 지금, 콘텐츠의 경쟁력은 단순 생산량과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현장을 반영하고 맥락을 정확하게 담아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효율화라는 이름의 역병이 콘텐츠 제작의 본질을 흔드는 이때, 우리가 좇아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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