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국이 연구실에 머물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과 시장으로 빠르게 끌어내며 ‘제품’으로서의 대량 보급을 본격화하고 있다. 4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소장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모델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초 8개 분야 석권… 압도적 제조 생태계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은 현재 8개 분야에서 세계 최초 기술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모터 구동을 통해 달리는 풀사이즈 휴머노이드를 비롯해 자율 기립 제어 알고리즘, 이종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촘촘하게 구축된 공급망에서 기인한다.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완성기 업체는 160개사에 달하며, 핵심 부품 공급망에는 600개 이상의 기업이 포진해 있다. 로봇 관련 중소업체까지 포함하면 1만 개가 넘는 기업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생산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은 1만3천 대에서 최대 2만 5천 대의 휴머노이드 프로토타입을 생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 소장은 “올해는 기관별로 예측이 엇갈리나, 업계 일각에서는 10만 대 양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수 먹는 동안 부품 도착”… 속도와 가격의 파괴력
신 소장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강점으로 속도와 가격을 꼽았다. 미국 기업이 부품 고장 시 수리를 위해 수 주를 기다리는 동안, 중국은 하루 또는 단 몇 시간 안에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 소장은 “중국 기업들은 ‘설계도를 그리는 동안, 국수 한 그릇 먹을 시간이면 필요한 모든 부품이 도착해 1~2일이면 조립이 끝나는 속도’라고 자평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선전 속도’는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중국 업체들은 생산 원가를 기존 대비 50% 이하로 낮추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1천 달러(약 130만 원)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소장에 따르면, 자본 유입도 활발해 지난해 로봇 업계에만 약 300억 위안(약 6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잠재적 로봇 도입 통합사업자(Integrator) 검토 및 평가에서도 유니트리(Unitree)가 60%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 11위까지 모두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오픈소스와 표준화로 ‘데이터 드리븐’ 가속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발전 지도 의견’에 따라 2027년까지의 단계별 발전 계획을 실행 중이다. 특히 기술을 오픈 소스로 개방하고 표준을 선점하는 전략을 통해 기술 습득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베이징의 데이터 팩토리에서는 102대의 로봇이 매일 실제 기계 데이터(Real-world Data)를 수집하며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고 있다.
중국 지난해 정부 주도로 핵심 기술 및 부품 자급률 향상, 완성기 제품 시범 적용 시작,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주력해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 1조 위안(약 184조 9천 4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공급망 및 산업 생태계를 완비하고 실물 경제와의 심층 융합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소장은 “미국이 로봇을 ‘생각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중국은 로봇을 ‘먼저 움직이게’ 하자는 전략”이라며 “오픈소스와 표준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중국의 움직임이 무서운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