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관세 정책을 유지·강화하는 가운데, 협상력을 갖추고 미국 산업 전략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독보적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관세 대응의 해법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삼일PwC(삼일회계법인)는 최근 발표한 ‘트럼프 2기, 지난 1년의 변화와 향후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년간 통상 정책 및 한국 주요 산업에 끼친 영향을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보편관세와 국가별·품목별 고관세 체제를 시행하면서, 주요국의 대미 통상 환경은 예측 가능한 구조에서 벗어나 관세 부과 가능성과 정책 변화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불확실한 국면으로 변화했다.
한국의 경우 2025년 4월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하며 한미FTA 기반의 무관세·저관세 체계는 중단됐다. 한국 정부가 관세 완화를 목표로 대미협상을 추진한 결과, 7월 30일 전면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미국은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합의 기반의 관세 완화 체계의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주요 산업별 영향을 살펴보면,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302억 달러로 전년보다 13.2% 감소하며 고관세 환경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미국 외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가 본격화되며 총수출은 오히려 증가해, 1.7% 증가한 72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특히, EU 지역으로의 수출이 20.1% 늘었고 기타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 수출 감소분을 보완했다.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가안보 핵심 전략 산업으로 규정해 왔으며 올해 1월 15일 고성능 연산용 첨단 컴퓨팅 칩을 대상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러한 불확실한 통상환경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은 2025년 역대 최고 실적인 1천734억 달러를 달성하며 한국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
실적 개선의 요인은 AI(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전 세계적인 AI 수요 확대 흐름이 관세 부담을 능가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현지 생산·조달을 선호하는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기업의 구조적 대응 역량이 향후 실적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였다.
철강·알루미늄도 미국 내 국가 안보 핵심 전략 산업으로 분류돼, 지난해 6월부터 관세율이 50%로 상향됐고 면제 및 예외 조치도 상당수 종료됐다. 8월에는 관세 적용 범위가 원자재에서 파생제품 전반까지 확대되며 가전, 기계, 전력 설비 등 광범위한 제조업이 영향권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의 대미 수출 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일부 품목은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며, 가격조달·현지 생산 확대 등 비용 충격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정책 환경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비용 압박이 누적돼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제조업 전방의 수익성에 장기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조선업을 한국에 가장 뚜렷한 기회가 열린 산업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화된 미국의 조선 역량을 외부에서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한국 정부는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 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하에 지난해 선박 수출 실적은 320억 달러로, 전년보다 24.9% 성장했다.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난제와 에너지·운송 산업의 전환 수요 확대, 선주사의 발주 집중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조선업의 사례가 관세 중심의 통상 환경이 산업별로 다르게 작동할 수 있으며, 정책·역량·시장 요인이 맞물릴 때 산업 기회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어 2026년 통상·산업 환경의 주요 리스크 및 정책 이벤트로 ▲상호관세 재인상 위협의 상시화 ▲외교·안보 이슈와 결합된 관세 압박 확대 ▲반도체·제약·바이오 등 전략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고조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관세의 적법성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 판결 ▲2026년 미국 중간선거 다섯 가지를 꼽았다.
또한 기업이 통상환경 변화를 중장기 경영 계획의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하며 관제 지속을 전제로 한 경영 전환과 부분 현지화 전략, ‘관세 리스크 대응’과 ‘미국 산업 협력 기회 활용’의 투트랙 접근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2개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이 어떤 산업과 기업을 선택할 것인지 드러내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라며 ‘기술력과 산업 주도권을 보유한 국가·기업이 정책 변화 속에서도 협상력을 유지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독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기업과 국가는 미국 산업 전략의 파트너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첨단 기술 중심의 R&D 투자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단기적인 제도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 기술력을 축적해 나가는 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