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특정 틈새시장에서 세계적인 지배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지칭하는 ‘히든 챔피언'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이 분야의 전통의 강호였던 독일과 일본이 약세를 보이는 동안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의 정재호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히든 챔피언 패러다임의 전환: 독일·일본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변화상을 짚으면서 한국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소개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독일의 유력 히든챔피언 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한 것에 주목하면서 “전통적 히든 챔피언의 쇠퇴원인은 구조적 취약성, 디지털 전환 지체, 혁신 생태계 경직 및 러-우 전쟁으로 유발된 외부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을 예로 들면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전환하면서 부품을 공급하던 후방 산업의 히든 챔피언들이 동반 위기를 겪게 된데다가 페쇄적 기업문화와 장인 정신만을 고집한 결과 디지털화가 지연됐다”고 해당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반면, 히든 챔피언 분야의 강자로 급부상한 중국은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전략을 세웠으며, 새로운 '히든 챔피언' 생태계 구축을 위해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개념을 자국환경에 맞게 재설계한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정밀화·특색화·혁신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작은 거인’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재정, 금융 및 세제 혜택 등 막대한 자원 투입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압도적 R&D 역량을 기반으로 전략산업에 집중된 중국 ‘작은 거인’ 기업의 부상은 글로벌 제조업 경쟁 구도의 근본적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정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양적 목표를 추종하기보다 '질적 혁신'에 집중하고, 중국 '전정특신' 기업을 단순 경쟁자가 아닌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한일 경제 연대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다층적이고 유연한 전략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를 통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