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원장 김용주)은 국가환경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학교 이정학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폐수처리 공정에 분자생물학을 접목해 고질적인 분리막오염(membrane fouling) 문제를 획기적으로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7월 24일자 기술동향(Technology Feature) 란에 소개됐다.
폐수 처리공정인 ‘분리막 생물-반응기(MBR)’는 폐수의 고도처리와 처리수를 재이용하는 장점이 있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MBR(Membrane Bio Reactor)은 생물학적 처리와 분리막을 결합한 하폐수처리 공정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와 맞물려 MBR 공정은 연평균 20%씩 성장을 거듭해 2018년 세계시장 규모는 3조 4,000억 원(34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BR 공정은 폐수 중의 미생물이 분리막 표면에 미생물층(생물막)을 형성해 분리막의 세공이 막히는 고질적인 약점이 있다. 미생물층을 제거하기 위해 현재 세계적으로 역세척 같은 물리적 방법과 분리막을 반응기에서 꺼내 염소(chlorine)와 같은 강한 화학약품으로 처리하는 화학적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척과정은 약품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해 MBR 운전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서울대학교 이정학 교수는 말한다.
이에 이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다. MBR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신호전달물질을 사용해 서로 간에 대화를 하고 이 대화를 통해 분리막 표면에 미생물층(생물막) 형성과 같은 집단행동을 한다. 그의 해법은 신호전달물질을 분해해 미생물간의 대화를 차단함으로써 분리막 표면에 미생물층의 형성을 예방하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동일한 MBR 내에 어떤 특이한 미생물에 의해 생산된 효소가 다른 미생물들의 신호전달물질을 분해 소화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폐수처리용 MBR에서 이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추출하고 다공성 표면의 캡슐(Beads) 속에 가둬 놓은 다음 MBR에 투입했다. 캡슐속의 미생물이 MBR에 공존하고 있는 다른 미생물 사이의 신호전달물질을 분해 소화했고 결국 신호에 의한 집단행동을 억제해 분리막 표면에 미생물층이 형성되는 것을 예방했다. 이 교수는 실험실과 실증용(파일롯트) 폐수처리 시설을 가동하면서 캡슐의 투입으로 기존 MBR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절반 가까이 절약 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폐수처리공학에 분자생물학을 접목해 하폐수 처리용 MBR에서 분리막의 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MBR 폐수 속 미생물이 서로 신호물질을 교환함으로써 여과 분리막 표면에 군집(미생물층)을 형성하는 것이 분리막 오염의 주된 원인임을 확인했다.
미생물의 신호교환을 차단하기 위해 정족수 감지 억제(Quorum Quenching) 방법을 적용해 분리막의 오염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폐수 속 미생물의 신호교환물질을 차단할 수 있는 미생물 발굴은 배재대학교 이정기 교수팀(바이오·의생명공학과)과 협력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현재 가동 중인 하수처리장에서 실증 시험한 결과, 기존의 MBR 공정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정학 교수 연구팀은 환경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10년 넘게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면서 세계적으로 이 분야 연구를 이끄는 리더 그룹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세계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 각각 특허 출원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이종현 미래환경사업실장은 “이 기술은 국내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로서 폐수처리분야의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또한 산학연 환경인들의 창의적인 연구개발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훌륭한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