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코넬대학교 박지웅 교수 연구진이 기존 반도체 소자의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원자 두께의 얇은 반도체 소자에서 새로운 전자 움직임 현상을 발견해, 향후 기존의 전자 회로보다 우수한 에너지 효율을 지니는 소자를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총괄책임자 세종대학교 그래핀연구소장 홍석륜 교수)의 제2세부(책임자 코넬대학교 박지웅 교수)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됐고,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트랜지스터나 하드 드라이브와 같이 널리 쓰이는 모든 전자회로의 작동원리는 전자가 가지고 있는 전하(charge)와 자성(spin)의 성질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특히 전자의 흐름은 전류를 만들어 내는데 자기장이나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 그 흐르는 방향에 수직으로 작은 움직임이 생기게 되며 이를 홀 현상(Hall effect) 이라고 한다. 기존에 연구된 홀 현상은 전자의 전하와 자성에서 시작되며 그 원인에 따라 conventional quantum(1985 Nobel physics), fractional quantum(1998 Nobel physics), spin Hall effect 등으로 나뉜다.
최근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단일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소자의 양이 증가하면서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반도체 소자의 경우 정보 전달 및 저장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중 많은 양이 불필요한 열에너지로 낭비가 되는 문제(컴퓨터나 휴대전화기기의 작동 시의 가열 현상)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하를 지닌 입자에 배터리를 통해 전압을 가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의 입자가 쉽게 열을 내면서 에너지 비효율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MoS2)이라는 원자 단위의 얇은 반도체 물질로 만들어진 소자에서 높은 에너지의 입자 주입 없이도 낮은 에너지의 입자가 물질 내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현상인 ‘계곡 홀 현상’을 관찰했다.
이황화몰리브덴은 독특한 성질의 반도체 물질로서 높은 전도성의 도체 성질을 지닌 다른 단원자 두께 물질인 그래핀과 상호 보완적 역할이 기대되는 차세대 소자 재료이다.
연구팀은 이 소자에서 낮은 에너지의 안정된 입자들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에너지 계곡’이라 불리는 곳에 존재하고, 같은 전하의 입자라 하더라도 위치하는 계곡에 따라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동하며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
즉, 원하는 계곡 내에 입자를 선택적으로 형성시켜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기존의 전하와 자성이 아닌 반도체의 결정구조에 의해 에너지의 손실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단일 두께의 이황화몰리브덴으로 만든 소자에 파동이 소용돌이치는 형태의 빛을 쪼여줌으로써 따로 전압을 가해주지 않아도 각 입자들이 특정 방향으로 휘어질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관찰했다.
또한 빛의 방향을 달리함에 따라 각 전하가 휘어지는 방향이 반대로 바뀌게 됨을 증명해, 입자들의 휘어지는 방향을 자유롭게 제어함으로써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구현했다.
현존하는 전자회로와 메모리 디바이스들은 전하와 자성에 기반해 작동한다. 계곡(valley)성질이 다른 전자를 이용한 디바이스는 전혀 다른 작동원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전력이 매우 적게 드는 장점과 빛의 회전편광에 민감한 광전소자를 가능하게 한다.
박지웅 교수는 “이번연구로 이황화몰리브덴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단원자 두께의 물질에 대한 관련 분야의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를 이용한 응용 기술로 연계 ․ 발전될 것이 기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