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 기업의 ‘토큰(Token)’ 사용량이 제조업의 전력 사용량처럼 기업의 사업 활동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중국의 AI ‘토큰 대출’과 금융지원 변화’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은행권에서는 AI 기업의 토큰 데이터를 여신 평가에 활용하는 ‘토큰 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토큰은 AI가 프롬프트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 단위이자 AI 모델 사용량의 계량 단위다.
토큰 대출은 지난 6월 중국 농업은행 상하이 쉬후이구 지점에서 공개자료 기준 최초로 선보였으며 8월에는 광저우 하이주구의 중국·중신·광저우 은행이 동시에 출시했다. 쉬후이구와 하이주구는 중국의 첨단 IT·AI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중국은행은 차주(借主) 기업의 토큰 사용량과 관련 계약액을 여신한도 산정 기준으로 삼았으며, 상품 출시 전인 7월부터 총 2천800만 위안(한화 약 58억 원)의 여신한도를 승인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상품의 기업당 여신 한도는 최대 3천만 위원(한화 약 62억 원), 기간은 최장 3년이며 기업에 따라 신용대출·수주금융·보증·담보 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다른 은행은 세부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다.
9월에는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지방정부 주도로 ‘이좡 기업 토큰 대출’이 출시됐다. 농업·중신·흥업·베이징은행을 비롯해 6개 은행이 참여했으며, 해당 지역 소재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과 AI 운영 서비스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1차로 20억 위안(한화 약 4천억 원)의 여신한도가 승인됐다.
중국 금융권에서는 2025년초 ‘컴퓨팅파워 대출’을 내놓은바 있다.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컴퓨팅 파워 조달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보고서는 새롭게 등장한 토큰 대출이 기존의 컴퓨팅파워 대출과는 평가 정보와 자금 용도에서 다르다고 분석했다. 컴퓨팅파워 대출이 설비·기술력·프로젝트 사업성을 근거로 인프라·하드웨어 기업의 컴퓨팅파워 조달에 주목한다면, 토큰 대출은 유형 자산과 재무 실적이 부족한 중소형 규모의 AI 모델·응용기업을 주 대상으로 토큰 구매와 사업 운영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토큰 대출 확산은 중국 지방정부의 토큰 경제 육성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중국 주요 지역들은 AI 수요 진작 및 사업화를 위해 토큰 경제 육성책을 발표·추진하고 있다. 토큰 팩토리와 통합 유통·정산 플랫폼 구축 등 전산업 사슬 육성에 나서거나 토큰 소비 비용을 보조하고, 토큰 가치평가와 더불어 과금·통계 기준 표준화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보고서는 중국 금융권의 AI 지원이 중국 내 토큰 경제 안착을 위한 AI 활용도 제고 및 사업화 지원 단계로 확장될 것을 예고한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중국 기업들의 토큰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AI 응용 서비스 시장 형성이 더딘 상황을 지목했다. 글로벌 IT 전문 조사기관 IDC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기업 서비스형 AI 모델 토큰 호출량은 지난해 1.9천조 개에서 올해 4경 개로 늘었으며, 2030년에는 3천547경개 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클라우드 사업자의 AI 응용서비스 규모는 2025년 기준 AI 컴퓨팅 인프라 대비 28% 수준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토큰 대출의 등장은 중국에서 토큰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정량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짚으며, 실제 성패는 토큰 사용량의 객관적인 검증 플랫폼과 토큰 사용량을 기업의 매출·현금 흐름간 연계성을 판단하는 평가 체계 구축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도 AI 응용 생태계 기업의 자금 수요에 특화된 상품을 검토하고,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인프라 업체와의 동반성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