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산업재해 역학조사에서 확인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담당자 개인의 선의에 의존한 채 운영되고 있어,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단법인 일환경건강센터의 구은회 PL은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16일 개최된 ‘안전 일터를 위한 산재보상-예방 연계 강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과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같이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환경건강센터는 산업안전보건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작업환경 개선 지원 사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환경건강센터와 직업환경연구원의 협업은 산재 역학조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직업환경연구원이 업무 관련성 여부와 별개로 작업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을 확인했지만 후속 조치를 위한 제도적 경로가 없어 센터에 협업을 제안했다. 이후 센터는 현장 실태 파악과 사업주·노동자 면담을 거쳐 작업환경을 개선해 왔다.
구 PL은 “공공부문의 사각지대를 민관 협업으로 메운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협업은 예산이나 제도적 근거 없이 담당자 개인의 문제의식과 선의에 기반한 ‘재량사업’으로, 담당자 교체와 같은 변수로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선의가 아니라 제도로 이 일을 떠받쳐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직업병 역학조사 자료를 산재 예방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구은회 PL은 “근로복지공단이 매년 수백 건씩 진행하는 역학조사 결과가 산재 보상 심사 근거로만 활용되고 있다”라며 “예방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적인 만큼, 이미 확인된 위험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 예방 재원을 효율적·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산재 보상은 근로복지공단, 산재 예방은 안전보건공단으로 나뉘어 있는 구조를 두고 “전문성 제고와 업무 중복 방지를 위한 합리적 설계였지만, 하나의 사업장에서 파악된 위험 정보가 보상 이후 예방 절차로 넘어가는 연결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위험이 확인됐는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노동자들이 똑같은 위험에 계속 노출된다면, 제도가 방치한 불공평인 셈”이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 확대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의 완결성을 높이는 제도적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책 개선 방향으로는 안전보건공단의 기존 예방사업 운영지침·고시를 개정해 역학조사에서 유해·위험 요인이 확인된 사업장을 우선지원 대상으로 명시하는 단기적 방안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41조에 역학조사 결과 위험요인이 확인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공단의 예방조치를 의무화하는 항을 신설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조에 작업환경개선 지원사업을 명시해 재해예방지원사업을 법정사업으로 격상하는 법 개정 방안을 제언했다.
구은회 PL은 “이러한 법·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두 기관 간 사업장 위험 정보 공유 근거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산재 보상과 예방의 연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