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정부가 2024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한 기술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약 300건의 기술탈취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평균 손실액은 1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러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고사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재단법인 경청의 박희경 변호사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방지와 M&A 활성화 방안 모색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서 중소기업 기술탈취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술탈취 사례 중 기존의 지식재산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무형 자산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A기업이 B사와 MOU를 체결한 뒤 데이터와 API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B사가 A사의 플랫폼과 유사한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지식재산처에서 이를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해 B사에 시정권고를 내린 바 있다”고 설명한 박 변호사는 “기술 정보 및 무형자산 등 새로운 보호 영역에 대한 산업현장의 예측 가능성과 집행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행정적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분투자 과정에서도 기술탈취가 일어난다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대기업 C사는 중소기업 D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지분투자 협의 과정에서 기술실사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D사는 C사에게 기술자료와 영업비밀, 노하우 등을 모두 제공했으나 이후 C사가 일방적으로 투자를 철회한 뒤 동일한 사업을 진행하는 법인을 설립하고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박 변호사는 “실무에서 입증이 가장 어려운 부분은 피해기업이 제공한 영업비밀이나 기술자료, 아이디어를 가해 기업이 침해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의 지배 영역 내 직접적인 침해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M&A 또는 지분투자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주요 영업비밀 등의 정보가 상대 기업에게 대량으로 제공되는 문제가 존재한다”며 “신뢰성 있는 제3기관이 법률이나 회계, 기술 분야 실사의 주체가 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잡하고 고도화된 기술침해 사건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 및 발전 방향을 모색 해야 한다”고 말한 박 변호사는 “이동식 기기나 전자문서에 대한 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