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쿠팡이 29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게임계의 멸칭으로 ‘사료 뿌리기’라는 단어가 쓰인다. 모바일 또는 온라인 게임에서 논란이 생겼을 때, 운영진이 유료 재화나 아이템을 제공하면 사용자들이 불만을 가라앉히는 모습을 풍자하는 자조적인 용어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이나 사태 수습 의지 없이 보상만으로 당장의 여론을 무마하려 하거나, ‘생색내기’ 수준의 보상을 내놓으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쿠팡의 구매 이용권은 논란을 완화하고 자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려는 마케팅 전략에 가깝게 읽힌다.
쿠팡은 ▲쇼핑 5천 원 구매 이용권 ▲쿠팡이츠 5천 원 구매 이용권(도서·분유·상품권 등 일부 상품은 제외) ▲R.LUX 뷰티 & 패션 2만 원 구매 이용권 ▲쿠팡 트래블 2만 원 구매 이용권 4종을 내년 1월 15일부터 순차적으로 발급할 계획이다. 이용권 금액만 단순하게 합치면 5만 원 상당에 이른다. 문제는, 개별 사용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쿠팡 쇼핑 5천 원 이용권을 차치하더라도, 쿠팡이츠 5천 원 이용권은 사실상 배달비 1회 무료 제공인 셈이다. 심지어, 쿠팡이츠는 결제를 위해 카드 등록을 강제하고 있다. 결제 정보 유출은 없다고 하지만, 쿠팡에 대한 신뢰를 잃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선뜻 사용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R.LUX는 쿠팡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럭셔리뷰티 전문 플랫폼이며, 쿠팡 트래블은 여행·레저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서비스다. 즉, 뷰티나 여행 분야에 관심 없는 이용자에게는 유명무실한 보상인 셈이다. 또한 이번 이용권을 통해 두 서비스에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려는 계산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품게 한다.
구매 이용권 발급 및 이용을 위해선 쿠팡에 가입한 상태여야 하며, 현금 교환이 불가능하고, 양도나 대체 발급도 할 수 없게 설계되기도 했다.
쿠팡은 구매 이용권 관련 FAQ 페이지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책임을 통감하는 마음으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님께 드리는 구매 이용권입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본 내용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5만 원 상당’이라는 생색내기 뒤에는, 쿠팡의 플랫폼 생태계를 이탈한 이용자를 다시 끌어들이고, 신규 서비스 홍보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