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골머리 앓는 전시업계
전시 주최자·참가자의 인식 변화, 정부의 진전된 대책 마련 필요해
[산업일보]
지난 일주일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5백여 명을 넘어서며 사회의 불안감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다. 전시업계도 '개최' 혹은 불가피한 '취소'와 '연기'를 택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나마 주춤했던 지난 5월, 전시 주관사와 참가기업의 결정 아래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했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폭증한 코로나19 확진자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19일 0시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됐다.
이로 인해 20일부터 코엑스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38회 베페 베이비페어'는 강남구의 제재로 개막을 하루 앞두고 11월로 연기됐다. 26일 킨텍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국제환경장비 및 자원순환산업전(RETECH2020)’도 11월로 연기를 결정했으며, 오는 9월 개최 예정이던 ‘한국산업대전 2020(The Technology Fair 2020)' 역시 정상 개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이 한곳에 밀집하는 전시회를 개최하지 않는 것이 맞다”라며 “이에 따라 킨텍스를 비롯해 전시 주관사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언급해 하반기 전시회도 또 한 차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전시회는 강행 움직임을 보여 정부의 행정명령을 무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실제로 국내 대규모 박람회 중 하나는 20일 예정대로 킨텍스에서 전시회를 강행했으나, 개막 2시간 만에 고양시의 제재로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해당 전시 주관사 관계자는 전시 중단 이후 "전시 참가 업체들과 현재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상황 대처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 역시 전날, 그리고 당일 아침까지도 정상 개최 여부를 전화로 확인했던 터라 박람회 측의 갑작스러운 일정 중단, 퇴장 요청으로 당혹스러웠다.
당황한 참가기업과 관람객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12시 이후 전시장을 찾아 입장이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항의하는 관람객도 더러 있었다. 박람회 참가기업과 일부 관람객은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도 취소되는 마당에, 진작 행사를 연기 혹은 취소했어야 함에도 강행해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상황이었다면 전시회 개최 소식에 이렇게 따가운 시선을 받지는 않았겠으나, 이번엔 다르다. 지역사회 감염이 만연한 현재,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는 재고하는 것이 옳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전시업계의 고민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한 전시 주관사 관계자는 “전시장은 입장객 본인확인부터 발열 체크, 비닐장갑 사용 등 몇 단계에 걸쳐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라며 “백화점 등 전시장보다 방역 활동을 소홀히 하는 다중 이용시설의 영업을 막지 않고 전시회 운영을 막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시 주관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 전시회를 열지 않는 것이 맞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전시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할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했을 때 방역 활동에 좀 더 힘을 써 전시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전시회를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번 전시회 강행 후 중단 사건을 계기로 전시주최자나 참가자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안일하게 대처하는 인식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신중하게 전시회 방역과 그 밖의 준비를 해야 마땅하다. 정부 역시도 그저 코로나19 예방 대책 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무언가 ‘진전’이 있는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