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망설임의 기회비용은 막대하다.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과감하게 공장의 인공지능(AI) 전환(AX)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텍스트 중심의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적 현장을 제어하는 ‘산업 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글로벌 AI 리더들이 선제적 현장 적용을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2일 서울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는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미 리 ASI 파운드리 회장은 한국 제조업계 특유의 보수적 의사결정 구조를 짚으며 속도감 있는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 대충 맞는 편이 낫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한국 기업은 무결한 정보가 주어질 때까지 투자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리 회장은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는 주저함이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꼬집으며 경쟁국들이 로봇과 AI로 무장한 공장을 앞다퉈 가동하는 만큼 즉각적인 행동이 필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제조 공장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현장 데이터가 향후 글로벌 AI 생태계 판도를 가를 핵심 자산이라는 것이다.
리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로 부를 일궜듯 한국을 우량 데이터가 나오는 ‘데이터 우물(Data well)’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선진 인지 시스템과 한국의 실물 제조 데이터가 결합하면 확실한 산업 시너지를 낸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서 얻는 실전 지식을 강조했다. 응우옌 CEO는 “해외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매개변수만 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는 공정에 투입된 AI가 스스로 환경을 학습해 부가가치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조선업과 제조 공장들은 실전 지식을 축적하고 검증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전 지식을 바탕으로 개별 국가와 기업의 독자 노선을 보완할 글로벌 연대 방안도 논의됐다. 앤서니 아눈지아타 AI 얼라이언스 공동의장은 거대 기술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연대 모델 ‘프로젝트 태피스트리(Project Tapestry)’를 제시했다.
아눈지아타 의장은 “초대형 기반 모델의 사전 학습에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지만 갈수록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며 “독자적인 중복 개발보다 공동의 오픈 모델 기반을 구축해 전 세계 역량을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데이터 주권 확보다. 아눈지아타 의장은 “함께 구축할 공통 영역과 통제권을 쥘 고유 영역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감한 공정 데이터는 외부에 반출하지 않되, 인재와 컴퓨팅 인프라를 공유해 공통 기반 모델을 설계하는 구조다.
글로벌 리더들은 한국 산업계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즉각적인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제시했다.
응우옌 CEO는 거버넌스 구축과 현장 투입을 결합한 ‘투트랙 전략’을 당부했다. 그는 “안전장치 구축이 기술 도입을 늦추는 핑계가 돼선 안 된다”며 “견고한 통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AI를 현장에 쉼 없이 투입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 회장 역시 “국가 차원의 확고한 지원과 자본 투입이 수반된다면 한국이 글로벌 산업 AI 생태계를 이끌 수 있다”며 과감한 첫발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