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제조업 초고령화에 대응해 숙련 기술자가 경험과 직관으로 익힌 노하우인 ‘암묵지’를 인공지능(AI) 데이터로 전환하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데이터 제공 주체에 대한 보상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에서 12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의원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이용필 원장을 향해 질의했다.
전 의원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많은 제조 명장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라며 “정부가 ‘제조AI 2030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AI 데이터를 축적해야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AI 2030 전략은 한국의 제조 역량에 AI를 결합하는 제조AX(인공지능 전환)이다. 정부는 업종별 은퇴를 앞둔 숙련 기술자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하고 향후 실·가상 데이터와 더해 제조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을 학습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이용필 원장은 “오랜 기간 제조업에 종사한 숙련 인력인 명장의 노하우가 인력 사정과 같은 이유로 이어지기 어려워, AI 데이터로 전환해 전수하려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은수 의원은 “제조 데이터 제공 주체는 제조 현장의 명장이며, 30~40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위험을 감수하며 갈고닦은 기술을 데이터로 제공하는 만큼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라고 짚으며 보상 기준을 물었다.
이 원장은 “인건비의 20% 정도를 연구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산업기술 개발 사업 적용 규정에 따른 것으로, 연봉 1억 원의 참여자가 근무시간의 30%를 투입한다고 하면, 3천만 원의 20%를 약 600만 원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단, 실제 책정은 수행기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
전은수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 AI 데이터 사업에 참여한 30개 팀 중 14개 팀이 권고와 달리 20% 미만으로 연구수당을 책정했다. 한 컨소시엄은 인건비 대비 연구수당 비율은 0.97%로 권고 수준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연구수당은 명장뿐만 아니라 사업에 참여한 일반 인력에게도 기여도에 따라 분배됐는데, 명장을 포함해 49명이 참여한 A컨소시엄은 연구 수당으로 594만 원을 배정했다.
전 의원은 연구수당 비율만으로 실제 보상 수준을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인건비를 적게 편성하면 연구수당 총액이 적더라도 인건비 대비 연구비용 비율은 20%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는 “보상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라며 “사업의 성패는 명장의 적극적 참여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 수십 년 간의 노하우를 헐값에 넘기라고 하면 누가 참여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의 결정 권한은 산업통상부에 있지만, 실무기관인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현장의 문제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실질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전은수 의원은 “현행 암묵지 제공 보상 기준을 보완해 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고, 이용필 원장은 “지적한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며, 보상 계획을 점검하고 내실 있게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