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구리 가격이 미국 외 지역의 공급 부족과 달러 약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구리 관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물량이 미국에 집중되면서 COMEX 재고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반면 LME와 중국 시장에서는 가용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급등과 주요국 금리 인상 우려는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은 장중 톤당 1만4,533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최근 구리 강세의 중심에는 지역별 재고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구리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물량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COMEX 구리 재고는 약 69만6,000톤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LME에서는 출고 예약이 걸린 취소 워런트 비중이 전체 재고의 51%에 달했다. 창고에 재고가 존재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출고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여서 실제 시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중국의 재고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구리 재고는 6만3,000톤으로 3월 중순보다 85% 감소해 2024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으로의 물량 이동은 수입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미국의 7월 구리 수입량은 처음으로 22만 톤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콩고민주공화국산 구리는 5만3,000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체 수입의 23.9%를 차지했다.
콩고산 구리는 COMEX 인도 가능 브랜드에 포함되지 않지만 품질 개선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전선·동관 제조업체 등 실수요자의 구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COMEX 구리 가격이 LME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면서 LME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 거래되는 콩고산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 인도용이 아닌 실제 제조업 수요를 겨냥한 공급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반대로 중국의 올해 1~7월 콩고산 구리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단순히 미국 내 재고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에 중국 등으로 향하던 물량까지 끌어들이면서 글로벌 공급 흐름을 재편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재고가 쌓이는 반면 중국과 LME 시장의 공급은 빠듯해지는 지역 간 불균형이 구리 가격을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시경제 환경은 비철금속의 추가 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7.5달러까지 올라 7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젤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예상보다 강한 미국 고용지표까지 더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약 60%까지 반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역시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금융여건 악화에 대한 경계도 확대됐다. 독일과 프랑스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제약했다.
유럽 증시는 보합권에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미국 현물 증시는 휴장한 가운데 S&P500 선물은 0.2% 하락한 반면 나스닥 선물은 0.2% 상승하며 엇갈린 움직임을 보였다.
비철금속 시장에서는 당분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구리 물량 이동이 가장 중요한 가격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COMEX 재고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었음에도 중국과 LME 시장의 가용 물량이 줄고 있어 미국 외 지역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구리 가격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동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주요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달러 강세와 경기 둔화 우려를 통해 구리 등 산업용 금속의 추가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
자료: NH농협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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