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소비자가 검색창에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던 온라인 쇼핑 방식이,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요구를 해석하고 최적화된 후보를 제시하는 ‘AI 쇼핑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맞춰 기업의 체질 개선과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최정혜 교수는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1일 열린 ‘AI 전환시대, 대한민국 온라인유통산업의 미래와 글로벌 경쟁력’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성원의원이 대표의원으로 있는 국회 온라인유통산업발전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온라인쇼핑협회(KOLSA)가 주관했다.
최 교수는 ‘AI가 쇼핑을 수행하는 시대: 온라인 유통 현장의 변화와 정책 준비’를 주제로 발표하며 “소비자는 직접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던 사람에서 벗어나, AI가 구성한 후보군을 검증하고 최종 결제를 승인·감독하는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선크림을 예로 들며 AI 쇼핑 에이전트의 작동 방식을 설명했다. 기존에는 민감성 피부 선크림을 검색한 뒤 여러 제품의 성분과 가격을 비교하고 리뷰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LLM(거대언어모델) 서비스에 ‘민감성 피부인데 자극이 적고 백탁이 심하지 않으면서 3만 원 이하인 선크림’이라고 요청하면 AI가 피부 유형·성분·가격·사용감과 같은 조건으로 이를 해석한 뒤 제품 후보를 구성하고, 소비자는 최종 선택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추천 시스템은 로그와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선호를 예측하는 데 그쳤다면, AI는 소비자의 요구와 상황을 구조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군을 추려 추천 이유를 제시하고 장바구니와 구매로까지 연결한다”라며 “AI는 소비자가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를 파악하고, 제품에 대한 관심부터 구매 또는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단계 사이의 전환을 높이고 이탈을 줄인다”라고 말했다.
최정혜 교수는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AI를 이용해 본 소비자는 10명 중 6명에 달하며,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한국 커머스 기업의 48%가 AI 검색 플랫폼에 제품 데이터 피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라고 전했다.
AI에게 발견·해석·현지화되지 않으면 추천 후보군에서 제외
이러한 흐름에서 최 교수는 기업이 ‘우리 제품은 AI가 읽고,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돼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단계로 ‘AI에게 발견되기(AI Discoverability)’, ‘AI가 해석할 수 있게(AI Interpretability)’, ‘AI를 통한 현지화(AI Localizability)’를 제시했다.
AI에게 발견되는 것은 소비자의 질문에 따라 AI가 후보군을 추릴 때 적합한 제품으로 선택될 수 있도록 정보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제조사는 제품의 핵심 사양과 사용처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하며, 판매자는 가격과 배송·반품 정보 같은 판매 조건을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의 리뷰 및 사용 경험도 AI가 판단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며, 특히 이러한 정보들이 최신이어야 한다.
AI가 해석하려면 브랜드는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광고와 상품 설명, 소비자 리뷰가 서로 다른 정보를 전달하면 AI는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추천에서 제외하거나 엉뚱한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지화는 단순한 문장 번역에 그쳐선 안 된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시장별 소비자 맥락으로 변환해야 한다. 같은 선크림이라도 한국에서는 사용감이, 유럽에서는 SPF 및 UVA 보호 효능을, 미국에서는 FDA 기준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처럼 현지 소비자가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품의 의미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AI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AI에 의한 광고성 콘텐츠 및 허위 리뷰 생산, 댓글 조작 등이 확산되면서 신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품 설명·광고 리뷰 생성 시간은 줄었으나, 정보의 진위성을 가려내는 판별 비용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AI 쇼핑 시대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AI 발견 가능성’ 지원 ▲기업 규모가 아닌 AI 전환(AX) 단계별 차등 및 맞춤형 지원 ▲소상공인·영세사업자·AI 취약 오프라인 유통사 등 ‘AI 약자’ 대상의 현장 밀착형 지원 체계 ▲AI 플랫폼 운영의 투명성 확보 ▲주체별 책임 명확화 등을 제언했다.
최정혜 교수는 ‘발견, 전환, 신뢰’라는 세 단어를 강조하며 “AI 시대의 온라인 유통 정책의 과제는 AI에게 발견돼 소비자에게 추천되고, 실제 구매와 거래로 이어지도록 생태계를 다지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