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 시대 데이터가 국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했지만, 공공·민간 데이터의 제한적·분절적 활용과 AI 친화적 데이터체계 미비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10월 통계청이 범정부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독립 기관 ‘국가데이터처’로 승격한 가운데,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향후 국가 데이터 거버넌스 방향을 논의하는 '국가데이터처 발전 전략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국가데이터처가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장기 로드맵 마련과 부처 간 협력 구조 확립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준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데이터 기반 AI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만들고 관리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간 전담 부처가 부재했다”면서도 “국가데이터처가 기존 통계청의 단순 확장인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기관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조사관은 특히 데이터 정책을 둘러싼 기존 정부부처 간 법·제도적 구조를 고려할 때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부처의 정책 과정에서 국가데이터처가 수평적인 관점에서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관리 기능과 국가 AI 전략과의 관계 등 상위 컨트롤타워 간 역할 조정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영섭 동국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제도와 법만 놓고 보면 체계가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국가데이터처는 단순히 방향을 논의하는 조직이 아니라 부처와 기관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상시 실행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관계를 ‘금지 중심’에서 ‘조건부 허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활용 모델과 표준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보현우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도 국가 차원의 단일 컨트롤타워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경우, 공공·민간·통계 데이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단일 컨트롤타워가 전략을 조정하는 형태가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기관에 CDO(Chief Data Officer)를 의무 배치하고 이를 조정하는 ‘CDO 카운슬’을 운용해 데이터 전략을 일원화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통계청(ONS)이 통계뿐 아니라 행정·공공·연구 데이터를 직접 연계·분석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고도화된 통합 모델을 갖췄다. EU 역시 ‘데이터 거버넌스법(DGA)’을 통해 공공·산업 데이터·데이터 중개 서비스 등을 단일 규제 체계로 묶어 데이터 활용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청을 중심으로 공공·지자체·민간 데이터를 하나의 표준과 메타데이터 체계로 관리하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통합 모델을 구축했다.
황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언급하며 “한국도 단일 컨트롤타워와 상위 법제 마련 없이는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생태계를 갖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