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치(幼齒)에서 영구치(永久齒)로 교체되는 시기를 겪는다. 유치(젖니)는 생후 6개월 무렵 나기 시작해 위아래 20개의 치아로 마무리된다. 만 6세가 되면 대개 앞니 유치부터 빠지기 시작, 초등학교에 다니는 6년여 동안 유치 대신 32개의 영구치(간니)를 갖게 된다. 문제는 ‘유치는 어릴 때 잠깐 쓰는 것이니까’, ‘어차피 영구치로 바뀔텐데’ 하면서 영유아 때 구강 위생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유치 관리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치아우식증’이다. 특히 젖병을 물고 자는 아이 중에는 주스, 분유 등의 당분으로 인해 앞니에 치아우식증이 생기기 쉽다. 치아우식증은 쉬운 말로 충치(蟲齒)라 할 수 있는데, 충치는 치아 표면에 생성된 플라크의 세균에 의해 치아 표면인 법랑질이 손상되는 것이다. 만약 유치라는 이유로 치아우식증을 방치하게 되면 썩은 부위가 점점 넓어지고 깊어져 치료가 복잡해진다. 백악질보다 더 안쪽까지 증상이 깊어졌다면 신경치료를 하게 되고, 심한 경우 크라운을 씌우거나 치아를 뺄 수도 있다. 어릴수록 치과 치료에 겁을 먹기 때문에 위생적인 치아 관리로 충치를 예방해야 한다.
불소 사용과 실란트(sealant)는 치아우식증의 직접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 만 3세 무렵 아이가 양칫물을 잘 뱉게 되면 불소 함량이 낮은 치약(저불소 치약)부터 사용할 수 있다. 실란트는 어금니의 씹는 면에 난 좁고 깊은 틈을 플라스틱 제재로 미리 막아 당분 등이 끼지 않도록 하는 치료이다. 유아기 때부터 평생 사용해야 하는 어금니이기 때문에 충치 예방을 위해 실란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당류가 많이 든 과자, 주스, 요구르트, 캐러멜 등을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캐러멜은 당도가 높고 치아에 달라붙어 잘 씻겨 나가지 않는다. 섬유소가 많이 든 채소나 과일은 치아의 청소부 역할을 하므로 어린아이 간식으로 알맞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유아 건강검진 스케줄에 맞춰 생후 18~29개월(만 2세 전후) / 생후 42~53개월(만 4세 전후) / 생후 54~65개월(만 5세 전후) 때 본인 부담금 없이 무료로 영유아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만 2세 전후에는 유치열이 완성되는 시기라 구조적인 면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만 4세 전후에는 저작 작용이 활발해져 충치가 생기기 쉽다. 불소 사용과 실란트를 적용해도 좋은 시기다. 만 5세 전후에는 곧 유치가 빠지면서 영구치가 나올 것을 준비하는 시기다. 영구치가 나는 시기, 순서 등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반드시 구강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
초등생의 경우 지자체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서울시는 매년 시교육청의 ‘학생 구강검진사업(1,2,3,5,6학년 대상)’과 서울시의 ‘학생 치과주치의사업(4학년 대상)’의 일환으로 소아청소년 구강검진을 진행해왔다. 최근 서울시와 시교육청에서는 두 사업의 전산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초등생 구강검진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치과주치의 전산시스템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서울시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구강검진 내역 및 결과, 앞으로 필요한 진료나 적절한 검진 시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개인 맞춤형 구강 콘텐츠도 제공받을 수 있다.
유치는 영구치가 잘 나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와 같다. 한창 자라는 아이의 언어 발달은 물론 잇몸뼈와 턱뼈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어금니는 처음부터 영구치라 평생 다시 나지 않는다. 영유아기부터 올바른 치아 관리와 구강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도움말: 아름미소치과의원 안시은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