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내수시장의 한계로 인해 수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국내 경제의 구조상 미국과 중국은 놓쳐서는 안 될 수출시장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양국간의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양 국가 중 한 곳만을 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경고가 제시됐다.
한국능률협회는 2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MA최고경영자조찬회’자리에서 ‘2019년 경제전망세미나-위기에서 기회로! 대한민국 경제 지형을 넓혀라!’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열었다.
발표자로 참석한 아산정책연구원의 김지윤 박사는 ‘미‧중 갈등과 국제 정세 변화’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한 기원을 찾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언급했다.
김지윤 박사는 과거 아테네의 급부상과 기존 패권도시였던 스파르타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예로 들며 “패권 국가와 신생패권국가의 갈등은 세계사적으로 500여 년 간 16차례가 있었으며 이 중 12차례는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을 두고 싸우는 것이지 경제적인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중국은 적어도 아시아 패권은 갖고자 한다”고 최근의 흐름을 짚었다.
김 박사는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새로운 동력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정권부터 중국을 많이 견제했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이 워낙 커서 중국이 반발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리더십이 많이 훼손됐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따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김 박사는 “현재 상황으로는 군사적‧경제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트럼프가 중국을 계속 자극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 번 치고 나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금 아예 중국을 누르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에 대해 김 박사는 “주로 하이테크와 IT 분야에서 진행될 사업인데 이는 한국에 가장 큰 타격이 있을 것이며, 미국은 반도체 때문에 안보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 뒤 “중국은 아직 이 분야의 기술이 없어서 미국 업체에 대한 인수시도 등으로 기술을 익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을 계속 누르려 할 것이고, 중국은 유연히 움직이면서 미국의 압박을 넘어가려 하는 방향으로 패권경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 김 박사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이어갈수록 곤혹스러워질 수 있는데, 정치적 문제도 엮여있는 만큼 나중에는 미국이 남중국해 관련 사안 등에서 한국의 택일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