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데이터의 활용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정책의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의 관리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11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헬스케어법 정부대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 연구위원은 의료정보의 2차 활용에 앞서 정보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호장치와 정보주체의 권리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전정보의 활용 요건과 의료기관의 정보 제공 권한, 관리 전문기관의 자격, 공익적 목적의 범위 등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 책임 연구위원은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가명정보 활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공익적 목적과 안전한 환경을 전제로 한 활용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익적 목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아가면서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의 이견이 없다”며 “정부가 안전하게 활용하겠다고 말해도 그간 정부의 행태가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안이 공익적 목적을 법률에 명시한 점은 진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의료정보는 일반 개인정보와 달리 의료법과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생명윤리법 등 기존 법체계와도 연관된 만큼 별도의 보호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전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과도 관련된다는 점에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임 연구위원은 “유전정보는 기본적으로 비식별화가 상당히 어려운 정보”라며 “연구에 필요한 정보라면 동의를 받고 활용하면 되는데 굳이 동의 없이 다른 정보를 활용하는 체계에 넣을 필요가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보주체의 처리중지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명정보에 대해 처리중지권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단을 의료정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 보유 기관의 권한과 관리 전문기관의 자격도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 의료기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의료체계에서 정부가 정보 제공을 요구할 경우 기관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직업윤리와 비밀유지 의무를 바탕으로 관리해 온 의료정보를 외부 전문기관이나 기업이 처리하는 만큼 별도의 자격과 책임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 연구위원은 “관리 전문기관은 의료인도 의료기관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이러한 기관이 의료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기존 의료법 체계와의 충돌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인지 의문이며, 관리기관의 자격과 업무 범위, 제한해야 할 처리 방식 등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맡기지 말고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익적 목적의 범위에 대해서는 기업의 연구개발을 일률적으로 공익적 활용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공익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익적 목적이라면 활용 주체와 절차, 과정, 결과 등 모든 부분에서 공익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연구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동의를 받고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