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선복량 기준 세계 4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조 발주 부진과 선대 노후화 등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되며 중장기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등 경쟁국과의 격차가 좁혀지며 조만간 순위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31일 국내 해운항만 물류 산업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제시한 ‘대한민국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선대, 친환경, 벌크 항만물류, 컨테이너선, 컨테이너 터미널, 컨테이너 박스 등 6개 분야를 대상으로, 글로벌 주요국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국내 해상 공급망의 현황과 과제를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선복량 7,150만t(톤)으로 중국, 그리스, 일본에 이어 2021년부터 5년째 세계 4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신조선 확보를 가늠하는 발주잔량은 1,000만 GT(총톤수)로 주요 10개국 중 7위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솔메 해진공 공급망대응팀 과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5위인 이탈리아와 선복량 격차는 약 700만 톤 수준이나, 발주잔량은 이탈리아(2,300만 GT)가 한국보다 1,300만 GT나 많다”며 “선박 인도가 완료되는 2~3년 안에 이탈리아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선대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의 평균 선령은 22.3년으로 일본(16.2년), 중국(14.6년)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스크러버 장착률(54.7%)이 세계 최상위권인 반면, 차세대 연료 선박 발주잔량 비율은 11.3%로 글로벌 평균(17.8%)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LNG 추진선에만 편중돼있어 메탄올·암모니아 등 연료 다양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선사들이 차세대 연료선 발주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하 과장은 “암모니아는 아직 대형 선박 상용화 전 단계이고, 메탄올은 국내 수급 시장이 산업용(그레이 메탄올) 위주라 해운용 그린·블루 메탄올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국 내 수급 안정성이 높은 LNG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글로벌 가격 대비 낮은 가격으로 국내 조달이 가능한 밸류체인이 완성돼야 선사들도 발주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벌크 및 컨테이너 터미널 분야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해외 터미널 투자는 7개소에 불과하며, 대부분 소수 지분 참여 수준이라 실질적인 운영권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고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화, 전략 상선대 확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공급망 다변화 등 분야별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