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면서 은퇴 후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정년 연장의 시급성과 청년 고용 보호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국민의힘 노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청년 일자리 감소 없는 고용연장제도 마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식에 있어서는 ‘법적 강제’보다 ‘유연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위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국민의힘 노동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은퇴 후 소득 공백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고용연장법안 등을 통해 현장 수용성을 높이고 최대한 빨리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청년 일자리 보호’와 ‘고령자 안전’을 위한 정교한 안전장치를 강조했다.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좋은 일자리에서 장년층 고용이 1명 늘면 청년층 고용은 약 1.13명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획일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뺏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그 대안으로 기업에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선택적 고용 연장’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가 되는 2033년까지를 과도기로 설정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며 현행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해고 경직성이 강해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크다”며 “고용과 임금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으로 정년을 강제하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찬 한국기술교육대 특임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송시영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법적 정년 연장은 상위 10% 기득권만 혜택을 보고 그 부담은 청년과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구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엄대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과장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고령 인력 활용은 필수적이나, 청년 고용 위축과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가는 ‘세대 상생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고용 연장’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세대 간 일자리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정교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기계적으로 정년 숫자를 늘릴 게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과 기업의 선택권 보장, 청년 고용 안전장치가 포함된 ‘패키지형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