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하면 으레 오토캐드를 떠올리는 CAD업계에 기린아로 떠오르는 중기업인이 있다. 인텔리코리아의 박승훈 사장이 바로 그 장본인. 박 사장은 지난 98년 「인텔리캐드(IntelliCAD)」라는 국산 범용 CAD로 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내 CAD업계를 독식해온 오토캐드의 아성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그야말로 벤처기업인었던 셈.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여겨졌던 그의 이 치기가 국내 CAD업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값싸고 품질 좋은 국산 CAD가 있다면 굳이 외산을 쓸 필요가 있느냐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그의 국산화 의지가 국내 CAD업계에 중저가 시대를 몰고 오면서 CAD업계에 새 판을 짤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박승훈 사장이 CAD와 연을 맺은 것은 지난 81년 제일정밀 CAD사업부에 입사하면서부터. 그 때부터 20여 년 동안 CAD 한 우물만 파왔다. 한가지만 잘해서는 소용없다는 능력의 멀티화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 가는 현 시점에서 젊은이들에게는 고리타분한 일로도 여겨질 수 있지만 한 우물을 파는 박사장의 뚝심이 산업계에 가져온 엄청난 파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8년 5월 오토캐드 1호를 국내에 판매한 장본인이었던 그가 98년 미국 ITC와 공동으로 개발한 CAD 엔진인 「인텔리캐드(IntelliCAD)」를 내놓았고 판매를 개시한 지 1년 9개월만에 6만4천 카피 판매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것. 이 수치는 오토캐드가 17여 년 동안 판매한 물량과 맞먹는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라는 특수를 맞아 하루에 600카피까지 밀려드는 주문에 새벽 4시까지 납품을 강행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판매실적의 배경에는 박 사장의 독특한 마케팅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박 사장이 내세운 첫 번째 전략은 저가 전략. 오토캐드라는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가격전략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있었다. 첫 출시 당시 99만5천 원에 판매되던 제품이 현재는 60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학생용 버전은 1만원, 가정용 버전은 2만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초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두 번째 전략은 미래의 고객을 겨냥한 무상 기증과 특판 활동. 현재 오토캐드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가 아닌 중학교나 기능대학 등을 대상으로 자사의 제품을 무상으로 기증함으로써 인텔리캐드를 써봤던 과거의 중학생이나 기능대생들이 일선에 배치될 때 「인텔리캐드」를 사용하게 하겠다는 것이 박 사장의 장기적인 구상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경북교육청 산하 297개 중학교에 「인텔리캐드」5940카피를 공급했으며 이를 계기로 경북교육청과 함께 중학생 제도 경시대회를 「인텔리캐드 경시대회」로 발전시켜 경시대회의 표준CAD를 인텔리캐드로 굳히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21개 기능대학에 상당량의 「인텔리캐드」를 무상으로 기증하는 한편 「인텔리캐드」를 자격증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또 강남구, 동대문구, 부산 등지의 건축사협회와 일괄계약 방식으로 특별 판촉행사를 하는 등 대대적인 저변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세 번 째 전략은 고객이 고객을 창조하는 마케팅 전략. 즉 「인텔리캐드」를 써 본 사용자의 입에서 입으로 성능이 파급되면서 자연스럽게 「인텔리캐드」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 수요자였던 GIS협회의 한 회원사는 딜러를 자처하고 나설 정도다.
박 사장은 오토캐드 불법사용자까지 포함하면 현재 「인텔리캐드」 수요는 오토캐드의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넘어야 할 벽이 높지만 그 벽은 인텔리코리아의 몫이라는 것이 박 사장의 확신.
그러나 『오토캐드가 넘어야 할 벽이지만 그보다 더 높은 벽은 ‘CAD는 곧 AutoCAD’라는 기존 CAD 사용자들의 고정관념』이라고 설명한다. 오토캐드보다 더 빠르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기존 오토캐드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것을 접하기 싫어하고 배우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판매고를 유지해 나간다면 앞으로 1년 안에 오토개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믿음이다.
박 사장은 인텔리코리아는 벤처기업이지만 벤처가 아니라고 말한다. 위험성이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인텔리코리아의 장래성에는 자신감이 있다.
그의 이러한 자신감에는 인텔리코리아의 전신인 위캔시스템 초기 시절 방배동 지하와 당산동 지하를 전전하면서 또 밥을 굶어가면서 회사를 지켜왔던 불도저 같은 강인한 정신력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의 인텔리코리아가 있기까지 수없이 많은 도산 위기를 넘기면서도 직원들 월급만큼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그는 스스로 '일 중독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 중독자'였기 때문에 지금의 인텔리코리아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텔리캐드」는 현재 2002 버전까지 출시되어 있다.
다음달이면 인텔리캐드의 속도를 향상시킨 「한글캐드(가칭)」을 영문과 한글 버전으로 각각 내놓는다. 그의 20년 노하우가 집약된 이 제품으로 수출 드라이브전략을 추진할 계획. 현재 제품이 일부 이미 수출되어 있고 수출상담이 다수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제품에 대해서는 내수가격은 싸게 수출가격은 비싸게 즉 리버스 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다.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 수출을 위한 전진 작업으로 현재 미국지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