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이 소부장을 넘어 원료 단계까지 아우르는 ‘원소부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리튬이나 니켈같은 핵심광물이 특정 산업의 원료를 넘어 첨단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기술력을 아무리 확보하더라도 원료가 없으면 산업화가 불가능한 만큼, 핵심광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재자원화’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김홍인 본부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열린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재자원화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과 미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 본부장은 “핵심광물은 국가의 경제·산업·국가안보에 필수적이지만,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안정적인 확보와 전력적인 관리가 필요한 광물”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현재 선정된 핵심광물은 31종으로 산업재, 중첩재, 안보재 3대 유형으로 분류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재는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세가 뚜렷하며 민간 주도의 확보가 용이한 광물 10종이 지정돼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이 배터리 핵심 원료가 포함된다.
중첩재는 민간과 안보 분야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광물로 흑연, 텅스텐 등 13종이다. 안보재는 중희토류를 비롯해 국내 시장 규모는 작지만 공급망 취약성이 극히 높은 전략 광물 8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국내 금속광 자급율은 0.4%에 불과하며 주요 핵심광물 수요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흑연과 희토류는 가공까지 포함하면 90% 이상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채굴(60%), 분리·정제 기술(90%), 자석 생산(93%) 등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주요국들이 희토류 공급망에서 ‘탈중국’ 행보를 보인다고 동향을 전했다. 미국은 2027년까지 중국산 희토류를 배제한 제품만 공급받겠다는 ‘제로 차이나’를 선언하고 공급망 얼라이언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과거 영토 분쟁에서 겪은 자원 무기화 경험을 바탕으로 영구자석의 55% 이상을 중국 외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은 자국 내 핵심광물 생산·정제·재활용 역량을 확대해 공급망 자립과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의 경우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희토류 영구자석의 공급망 추적관리를 제도화하고 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홍인 본부장은 ‘재자원화’를 강조했다. 글로벌 무역 장벽을 극복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고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 광석에서 원료를 추출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폐수도 많이 발생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라며 “반면 재활용 시에는 이산화탄소를 74%, 용수는 97% 이상 절감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핵심광물 회수를 넘어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환경 부하 저감 및 플랜트 공정 기술을 개발해야 사업화가 가능하고 또한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국내 재자원화 산업 육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안정적인 폐자원(원료) 확보’를 꼽았다. “기술 개발을 완료해도 원료가 없어서 산업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비롯한 제도적 원료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기(R&D 집중지원, 비축 확대 및 조기경보체계 구축), 중기(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 장기(자립형 공급망 생태계 구축, 기술협력 연계 자원 외교 추진) 정책들을 제안한 김홍인 본부장은 “재자원화·친환경 공정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재자원화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제도적 보호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재자원화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인 오세희 의원과 백혜련·이언주·김원이·송재봉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