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은 높이고 에너지 손실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배터리와 연료전지 내부의 전기 생성 반응 효율을 높이는 새 촉매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황승준 교수팀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포스텍), 서울대학교 류재윤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로, 배터리나 연료전지 내에서 전기 생산 반응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 가운데 위치한 금속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분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기존 연구는 반응 성능을 높이기 위해 철(Fe) 대신 코발트(Co)나 니켈(Ni)로 금속을 교체하거나, 금속 주변 분자 구조(리간드)를 새롭게 설계하는 등 촉매 자체의 재료와 형태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반면 이번 연구는 촉매 구조 자체는 유지한 채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 조절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요리 도구를 바꾸는 대신 주방의 온도와 공기 흐름 등 환경을 정교하게 조절해 요리가 더 잘되도록 개선한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촉매 주변에 ‘양이온(+)’을 배치해 미세한 전기장을 형성하면,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응이 더 안정적으로 유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방식으로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을 기존 12%에서 52%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적은 에너지로도 원하는 반응을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되면서, 수소차용 연료전지 및 금속-공기 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장치의 효율과 수명, 안정성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나아가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 수소 생산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촉매 개발에도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주변 전기적 환경만으로 반응 특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차세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에너지 촉매 기술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