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제도 개편이 태양광 산업의 사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국내 최대 에너지 전시회 현장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다. 22일부터 사흘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6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는 태양광·ESS 기술 전시와 함께 재생에너지 정책·법률 이슈를 다루는 세션이 동시에 진행됐다.
법률사무소 솔라리스는 ‘태양광 발전사업 제도 변화와 법적 리스크’를 주제로, 발전사업 개발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쟁점과 제도 개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소개했다. 김성우 변호사는 “태양광 사업은 단순 시공이 아니라 계약, 금융, 운영 전반에 걸쳐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REC에서 계약시장으로, 수익 구조가 바뀐다
태양광 시장의 구조 변화는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의 개편에서 출발한다. FIT(고정가격매입제)와 RPS(공급의무화제도)를 거치며 확대돼 온 재생에너지 지원 방식이, 앞으로는 경쟁입찰 기반 계약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방향이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이후 신규 REC 발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7년부터는 정부가 입찰을 통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구조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SMP(계통한계가격)와 REC를 분리해 수익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입찰 시점에 확정된 고정가격으로 15~20년 장기계약을 맺고 그 안에서 수익과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REC 가격 변동에 기대던 구조에서 ‘한 번의 입찰’이 10년 이상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수익 모델뿐 아니라 금융 구조와 리스크 관리 전략을 함께 다시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 개발·시공·운영 전 단계 법적 리스크 점검 필요
태양광 사업은 개발·시공·운영 각 단계에서 다른 유형의 법적 이슈가 발생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부지 확보와 인허가, 금융 구조 설계가 핵심이다. 농지·산지 전용, 환경영향평가, 발전사업 허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와 함께, SPC 설립과 담보 설정 등 PF 구조까지 한꺼번에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권리·지상권·공유지 활용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 중 소송이나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공 단계의 중심 쟁점은 EPC 계약과 하도급 구조다. 공사 지연, 성능 미달, 하자 범위,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EPC·하도급 계약서에 어떻게 배분했는지가 분쟁의 기준이 된다. 특히 지붕형 태양광은 구조 안전과 누수 문제로 임대인·임차인·시공사 간 책임 공방이 자주 발생하는 사례로 언급됐다.
운영 단계에서는 유지보수(O&M) 계약, 전력 판매 계약(PPA), 설비 성능보증·하자담보, 출력 제어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이어진다. 장기 PPA 구조에서 지연이자, 조기 해지, 불가항력(F/M) 조항 등 세부 조건 하나가 사업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초기 계약 설계 단계에서부터 법률 검토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 사업자 유형별로 다른 ‘제도 충격’
같은 제도 변화라도 사업자 규모와 역할에 따라 체감 강도는 다르다.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그동안 REC 판매만으로도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REC 시장 축소와 함께 입찰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향후에는 소규모 전용 계약시장, 전력중개사업자(VPP·RESCO)를 통한 공동 입찰, 수요 기업과의 직접·제3자 PPA 등 새로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대형 발전사와 전력중개사업자는 여러 프로젝트를 묶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설계–입찰–운영을 통합 관리하는 역량이 경쟁력이 된다. 장기 PPA에서 가격·프로젝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갖춘 쪽이 구조적으로 유리해지는 셈이다. REC 브로커나 소규모 발전소 매입·매각 중심 사업자는 입찰 전략 컨설팅, 포트폴리오 구성, PPA 중개 등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 변호사는 “제도 변화는 소규모·대형을 가리지 않고 기존 사업 모델을 다시 보게 만든다”며 “각자 위치에서 어떤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 RE100·PPA 확대…정부 입찰과 민간 시장의 이중 구조
경쟁입찰 기반 계약시장이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이라면, 민간 중심의 전력거래(PPA) 시장은 RE100과 맞물려 별도의 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RE100을 추진하는 국내외 기업 사이에서 직접 PPA는 가장 선호되는 이행 수단으로 꼽힌다. 장기 전력비를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고정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REC·에너지속성증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제조업을 중심으로 직접·제3자 PPA 사례가 늘고 있으며, 온실가스 공시와 ESG 요구가 강화될수록 PPA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 주도의 입찰 시장과 민간 주도의 PPA 시장이 병행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정책이 설계하는 ‘공적 장기계약’과 기업 수요가 만들어내는 ‘민간 PPA’라는 두 개의 시장을 모두 고려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 태양광 사업, 설비에서 ‘계약·데이터 비즈니스’로
이번 전시에서 공유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태양광 사업은 패널과 인버터를 시공하는 단일 공종에서, 금융·계약·데이터를 아우르는 종합 인프라 사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발전 설비의 품질과 성능뿐 아니라, 입찰 전략과 PPA 조건, 인허가·EPC·O&M 계약 구조, 발전량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과 성능 분석까지가 모두 사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김성우 변호사는 “재생에너지 시장은 보조금·지원 위주의 보호 단계에서, 입찰과 PPA를 통한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술 못지않게 법률·계약·데이터 역량이 중요한 산업으로 태양광 사업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2026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현장은, 제도 변화가 단지 지원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발전사업 구조·투자 전략·리스크 관리 방식 전체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태양광 사업자는 “패널만 잘 깔면 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