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뿌리를 내리기까지 나무는 수많은 비바람과 불볕, 때로는 혹한을 견뎌내면서까지 험난한 시련을 거치고 난 뒤에야 많은 열매를 맺고 사람들이 기대 쉴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3D 프린팅 전문기업인 류진랩의 박성진 대표는 성공과 시련을 여러 차례 연단을 겪은 뒤 3D 프린팅 업계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스타트업단계에 있는 류진랩은 국내 유일의 FLASHFORGE의 한국총판으로, 3D 프린팅 산업 자체의 다양함을 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이미 FLASHFORGE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짧으면 짧은 기간에 시장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메이커페어에서 3D 프린팅을 처음 접했을 때 그 기술이 30년이 넘은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괴감에 빠졌다”라고 처음 3D 프린터 산업을 접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이미 미국에서는 3D 프린팅 산업에 대해 ‘비트가 아톰이 되는 마법’이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산업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3D 프린팅업계에 대해 박 대표는 “우리나라의 3D 프린팅 업체는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개인 혹은 소규모 또는 대기업의 작은 부서에서의 시장 진출로 양분돼 있다”고 언급한 뒤 “나를 포함한 13명이 몸담은 류진랩은 전자에 속하는데, 인원이 적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이 간결하고 빠르다. 또한, 인적구성에 있어서도 13명 중 5명이 기계·부품·CNC경력자이고 그 외에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과 3D 프린터 동호인, 글로벌 대기업 출신 등이 골고루 섞여 있는 것도 류진랩의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현재 류진랩이 취급하고 있는 FLASHFORGE 3D 프린터는 중국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가격대 성능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일단 류진랩은 FLASHFORGE의 총판에 주력하는 한편 기존의 3D 프린팅 방식과 다른 차원의 출력 기술을 개발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제조업체 보다는 구글 또는 애플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밝힌 박 대표는 “아직은 개발에 대한 비용부담이 크지 않고, FLASHFORGE가 재고부담은 적고 현금 유동성은 좋아서 스스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D 프린팅에 종사하는 사람은 크게 잘하는 사람과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언급한 박 대표는 “3D 프린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SNS를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오프라인은 주로 3D 프린터 프로그래밍이나 건축사협회 세미나 또는 한국산업기술대전 등에서의 시연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의 매력은 과거에는 개인 차원으로 접근할 수 없었던 제조업에 개인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박 대표는 “이를 통해 고착화된 경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박 대표는 우리나라 3D 프린팅 산업이 지향점을 잡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채 3D 프린터가 ‘마법의 상자’처럼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음에 대해 박 대표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3D 프린팅 산업은 새로운 분야고 새로운 분야에는 스타트업이 많아야 한다”고 밝힌 박 대표는 “풍선에 자기 영역을 표시하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그 영역은 커지게 마련인 만큼 일단은 당장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놀이터’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박 대표는 “3D 프린터는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와 상상력이 결합돼야 한다”고 밝힌 뒤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고 신나게 일하면 한국인의 창의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나라는 인구 문제상 태생적으로 내수가 어려운 국가”라고 전제한 뒤, “코트라 등을 통해 발은 한국 땅에 눈과 손과 발은 지구로 돌리자”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