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 69시간’ 개편안, ‘노동개혁’인가 ‘과로사 조장’인가
임지원 기자|jnews@kidd.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PDF 다운로드

‘주 69시간’ 개편안, ‘노동개혁’인가 ‘과로사 조장’인가

정부 근로시간제도 개편 보는 정제계·노동계 반응

기사입력 2023-03-07 18:23:26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PDF 다운로드
[산업일보]
정부가 주 52시간으로 제한됐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단위로 관리했던 연장근로 시간을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고 1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선택폭을 넓혀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지만, 개편안에 대한 경제계와 노동계의 온도 차이는 극명하다. 이에 본보는 경제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주 69시간’ 개편안, ‘노동개혁’인가 ‘과로사 조장’인가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정부 노동시장 개혁 기업의견 조사 보고서'

근로시간 개편 방안에 대해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하는 모양새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가 502개 사를 대상으로 한 ‘정부 노동시장 개혁 기업의견’ 조사 결과, 기업은 노동개혁 첫단추로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진다면 기업경영과 일자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 기업의 79.5%는 근로시간 유연화‧임금체계 개편 중심의 노동개혁이 완수되면 기업의 경영활동과 기업경쟁력 제공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신규채용 및 고용안정 등 채용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80.7%에 달했다.

기업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방안 중 가장 필요로 한 개선사항으로 ‘연장근로 운용주기를 기존 1주에서 월‧분기‧반기‧년으로 해야 한다’(45.0%)를 꼽았고,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해야 한다’(32.9%)가 뒤를 이었다.

다만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등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요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건강권보호조치에 대해 보다 탄력성을 둬야 제도 개혁의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연장근로 운용단위를 개편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건강권보호를 위해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개편효과를 반감시키는 제도’라며 ‘연속휴식시간제를 도입하더라도 노사가 합의한다면 연속휴식시간제 대신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다른 건강권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용예외규정을 두는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관계 선진화인데 오히려 노란봉투법과 같은 입법으로 노사관계 경쟁력을 저해하고 산업현장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키운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기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전면금지 등과 같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노사관계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도 "정부가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를 강제하기보다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다양한 보호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도 논평을 통해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져 기업의 경영애로가 일부 해소되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3개월, 연구개발업무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은 유연한 근무방식의 적용이 필요한 벤처·스타트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6개월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연장근로 단위를 분기, 반기 등으로 확대할 때 총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근로시간 유연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 69시간’ 개편안, ‘노동개혁’인가 ‘과로사 조장’인가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는 개편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 회귀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정부안대로 연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시간이 곧 소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노동시간 제도개편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개악 시도를 총력투쟁으로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5일 연속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된다"며 "여기에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다. 오직 사업주의 이익만 있을 뿐"이라 성토했다.

이어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했던 11시간 휴식 보장마저 뺐다"라며 "주 64시간 상한을 제시했지만, 만성피로의 기준이 되는 12주 연속 60시간 노동에는 뭐라 답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에 막혀 있는 보편적 노동권, 노동조합 할 권리를 부여하고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이달 중 입법 예고한 뒤 6월 중 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장시간 압축 노동을 법제화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입법 과정에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IoT, 빅데이터 등 국내외 4차산업혁명 기술은 물론, 다양한 산업동향과 참 소리를 전합니다.


0 / 1000
주제와 무관한 악의적인 댓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000




추천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