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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각계의 변화’ 필요한 시점
문근영 기자|mgy0907@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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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각계의 변화’ 필요한 시점

경영계, 노동계, 검찰, 정부 등 개선 필요성 높아져

기사입력 2023-01-27 15: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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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각계의 변화’ 필요한 시점
자료 출처=고용노동부, 디자인=산업일보

[산업일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지났다.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의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2021년과 비교해 8명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조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사업 등)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한다고 적혀있다. 이전보다 증가한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계, 노동계, 검찰, 정부 등의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각계의 변화’ 필요한 시점
전형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 영상 캡처)

산업재해 감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경영계, 산업계는 이 법률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가 원하는 엄벌은 한국의 독특한 법조 시스템에서 성취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검찰은 유무죄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기 위해 사건을 신속히 조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감독관은 현장에 있어야 하기에, 사건 폭증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과감하게 경찰로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형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그는 “종사자 수가 동일하지 않은 기업마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관련 내용을 구체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위험성 평가를 기초로 기업의 규모와 체계 운영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같은 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자기규율과 엄중책임이라는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경영계가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오해에 기초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9+4개로 구성한 안전 확보 의무가 작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서 나온 노동계를 향한 제언은 수사와 법원의 선고, 양형을 솔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형사법이 법관의 양형 재량을 넓게 보호하는 상황에서, 법정형을 올리는 게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에서다.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있다는 전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하한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법관이 감경하거나 벌금형을 선택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형 재량은 법관의 고유한 재량이기에, 특정해 입법할 수 없다”면서 “한국의 규범 구조나 재판 실무, 산업안전 범죄에 대한 법관의 인식을 고려할 때 다른 것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죄 신설,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상습‧반복‧다수 사망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법인을 가중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이 예시다.

검찰과 정부의 방향 수정,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높여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원인에는 검찰의 수사‧기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경영책임자의 고의 증명을 감독관에게 요구하며, 수사 보완을 지휘하는 게 법률 작동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제1호 사건도 아직 처벌이 안 되고 대표이사의 기소 여부도 잘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은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사단법인, 기업은 눈치를 보게 된다”고 했다.

재원과 인력을 투자해 사업장을 안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눈치를 보자는 신호를 주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전 교수는 “엄벌을 요구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는 빠른 수사를 통한 기소로 법원의 처벌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불기소하는 근거로 어떤 수준이 안전보건 체계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지 수사기관이 정해야지, 계속 보강 수사만 얘기하면 법의 본래 취지가 실현되기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사후적 수사보다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감독관이 사후적 수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어서다.

“경영 책임자가 구체적으로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참고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참고인이 진술에서 부인하면 수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 자체에서 수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없는 수사 지휘가 이뤄지고 있는 게 큰 문제다“

현행 수사‧지휘 방식을 재고하고, 적정 수사와 신속 기소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 교수의 말이다.

“이렇게 되면 감독관이 수사하다 지치게 된다”고 한 그는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감독관이 현장을 돌면서 감독해야 한다”며 “실제 위험한 기계, 작업, 공정을 보고 직접 지시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2부 문근영 기자입니다. 인공지능, 로봇, 환경 등 산업 분야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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