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 장기화,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사실상 어려워”
대미 수입확대 약속 불구 추가수입 실적 예정 목표 절반에 그쳐
[산업일보]
올해 초 체결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은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해 글로벌 원부자재 조달 및 수출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미·중무역분쟁의 최근 흐름과 중국 수입시장의 영향’에 따르면, 미·중 1단계 합의의 대미 수입확대 약속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까지 중국의 대미 추가수입 실적은 예정된 목표액의 절반 정도(48.1%로 추정)에 불과하다.
올해 초 미·중 1단계 합의는 내년까지 2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구매확대를 주요 골자로 한다. 중국 목표달성이 미흡한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하락과 인위적인 수입선 전환의 한계 등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농산물 및 에너지의 대미 수입을 전년 대비 각각 50.3%, 7.9% 늘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화웨이 제재 등 미국의 수출통제나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공산품의 대미 수입은 전년대비 오히려 11.6% 줄었다. 그간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에 따른 미국산의 가격경쟁력 하락과 올해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미·중 합의 이행 1년차인 올해 말까지 수입확대 목표 이행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1단계 합의 체결 이후에도 미·중 갈등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악재 외에 화웨이 제재, 홍콩보안법, 신장위구르 인권문제, 틱톡과 위챗 퇴출, 상호 영사관 폐쇄 등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이슈로까지 확산됐다.
이 보고서는 또, “한국 기업은 전방위적인 미·중 갈등의 장기화에 대비해 ▲대중국 원자재 수출 감소 ▲화웨이 등 중국기업과의 거래여부 ▲중국 내 한국기업의 수출입 영향 ▲미국의 대 중국기업 제재 확대 가능성 등 글로벌 거래를 둘러싼 전반적인 조달 및 수출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화웨이 제재안에 따라 화웨이와 직접 교역하지 않는 우리 기업들도 납품처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근거가 ‘국가안보’라는 포괄적인 논리인 이상 언제든지 제2, 제3의 화웨이 제재와 같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협 통상지원센터 이원석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국의 대 중국 견제 대상은 앞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며 “중국 역시 사안별로 미국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만큼 우리기업은 미·중 관계에서 추가적인 갈등 이슈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관련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