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인재 빼앗기는 한국…“인력 유출 방지 관련 장기적인 정책 지원 필요”
배터리·반도체 업계 중심 인력 유출 현상 심각…“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에 주시해야”
[산업일보]
중국을 향한 한국의 인재 유출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국내 업계의 우려가 더해진다. 한 산업군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인 ‘고급 인력’과 ‘기술력’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최근 발표한 ‘중국, 인재의 블랙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인 중국이 높은 대외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펼침에 따라 이를 이끌어갈 고급 인력을 해외로부터 유치해 오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인 ‘천인계획’이 일례 중 하나다. ‘천인계획’은 박사급 해외 연구자와 글로벌 기업, 금융 기구 임원급 인사 등 해외 고급 인재에게 복수 비자와 1인당 100만 위안의 보조금 등을 지원해주는 내용의 제도를 뜻한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를 넘어 기업에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인력 유치 대상국으로 한국이 꼽혔다. 실제로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18년 실시한 두뇌유출지수 관련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점을 받아 조사대상국인 63개국 중 4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이 해외 인력 유치에 열을 가하는 원인으로 ‘배터리 시장의 확대’와 ‘반도체 업계 관련 인력난’이 제시됐다.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며 고속 성장의 길을 걷기 시작한 중국의 배터리 시장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핵심 기술과 인재 유출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국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혼란 사이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인재를 노리려는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7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사는 한국 인재를 대상으로 기존 연봉의 3억에서 4억에 달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에서도 2017년 연봉 외 성과급, 연말 보너스, 1인용 숙소 등을 내세우며 한국의 배터리 인재 채용을 시도했다.
국내 유망한 인재들의 해외 유출은 결국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말로 이어지기에 업계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KITA 상하이지부의 박선경 부장은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고급 인력 유출은 곧 기술 유출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라며 “인력 유출 방지와 인재 유치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최수린 기자 sr.choi@kid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