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韓 조선업에 영향 없을 것…‘이슈는 대우조선 인수’
유럽 및 국내 대체 조달처 확보 가능…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포기할 수도
일본이 한국에 정치 보복성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선언하면서, 반도체와 기계 산업 등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조선 산업의 경우 대체 조달처 확보 및 높은 국산화율 등의 이유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조선: 높은 국산화율과 대체 조달처 확보 가능성 고려 시 영향 미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조선기자재 합산 수입금액이 10억4천만 달러였으며, 그중 핀란드의 수입 비중이 2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는 일본 16.6%, 독일 14.2%, 노르웨이 12.2%, 중국 6.9% 순이었다.
조선기자재 수입 품목 중에는 선박용·어업용 기기, 추진기 및 블레이드, 선박 추진용 엔진 및 그 부품이 88.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에서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조선기자재 품목은 선박추진용 엔진 모터(아웃보드 모터)와 초음파 어군탐지기로 각각의 수입 비중이 79.6%, 83.2%였으며, 디젤엔진, 가스터빈 및 펌프 품목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선박추진용 엔진 모터와 초음파 어군탐지기의 수입액은 각각 약 2천7백만 달러와 4백만 달러로 금액이 크지 않으며, 핵심 기자재가 아니어서 일본의 수출규제 시에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다른 품목에서 일본 수입 비중이 높다 할지라도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수입하는 비중 또한 높아 수출규제 시에도 유럽 업체로의 대체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후판의 경우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가 주로 납품하고 있고, 일부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조선업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나, 다른 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지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주요 국가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초 EU의 승인 여부가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됐으나, 일본 수출규제 이후에는 일본이 이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져 인수 가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마지황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 상선 건조시장은 일본 점유율이 높은 선종이 부재하며, 중국과 한국 조선소로 대체할 수 있다”며 “조선기자재의 경우에도 유럽 혹은 국내에서 대체 조달처 확보가 가능해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조선업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확대에 따른 영향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더 중요한 이슈”라고 밝힌 마 수석연구원은 “현재 일본 승인 여부를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이지만, 만약 일본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