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데뷔한 지 5년도 되지 않아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자본력이 강한 기획사 소속도 아닌 이 아이돌은 자신들의 콘텐츠만을 가지고 데뷔 초부터 유튜브를 시작해 국제적인 ‘팬덤’을 형성했고, ‘소셜’의 힘을 보여줬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 ‘포노사피엔스’로 불리는 신인류가 만든 새로운 소비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지난 7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서 안양시가 주최하고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 안양 창업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에는 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기계공학부 교수가 ‘4차 산업혁명, 시작된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최재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자율주행차 등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것들을 떠올린다. 기술도, 소프트웨어도 잘 모르니까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혁명은 이미 현실이 됐다”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와 쇼핑, 방송 등 일상생활 전반의 일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시대임을 언급했다.
최재붕 교수는 “기술은 몰라도 ‘이 흐름이 왜 왔을까’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창업도 정확한 방향으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출시돼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 놀라운 것은 어느 누구도 이 폰을 쓰라고 강요하거나 교육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 교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인류의 소비 문화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10년 만에 확산된 이 흐름을 ‘진화’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는 진화를 하고 한 번도 거꾸로 되돌아 간 적이 없다. 즉, 우리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스마트폰에 기반한 새로운 디지털 문명은 무조건 확산된다”라고 확신했다.
최 교수의 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40%의 인구가 디지털 문명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위기가 됐고, 새로운 디지털 소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 스마트폰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어떻게 활용해 경험을 쌓았는지, 그 작은 차이가 글로벌 5대 기업을 송두리째 뒤바꿀 만큼의 큰 차이를 가져왔다.
최 교수는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비즈니스를 기획한 것 자체가 ‘포노사피엔스’, 즉 스마트폰을 든 새로운 인류를 위한 전략이었기에 성공했다”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오프라인 영업조직을 전부 해체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으로 인력을 보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존의 전략을 바꾸자 재도약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문명이 바뀌면 인간은 무섭게 적응하고 진화해가기 시작한다. 2022년까지 전 세계 80% 인구가 디지털 문명으로 접어든다. 이제 답은 정해졌다. 디지털 소비문명을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기획해야 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 등을 통해 인간의 뇌, 관계, 소비 문명 등 인류의 표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혁명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스럽다. 내 상식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최 교수는 “인류는 기성세대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인류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진화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스마트폰과 게임을 즐기는 지금의 청년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한 청년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하는 어른들이 이들과 시각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과거 제조업을 통해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팬덤’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팬덤이 문명을 키운다. 우리 아이들이 보여준 잠재력이다”라며 “인류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다른 문명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상식에 상관없이 새로운 시대를 데이터로 보고 새로운 문화와 문명에 맞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