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금은 무인시대-무인경전철 下편] 누구를 위하여 기차는 달리나

무인경전철에 기관사가 있다고?!

[산업일보]
구부정한 어깨를 한 어느 백발의 퇴직기관사가 열차에 올라탔다. 모두가 자리 잡기 바쁜 가운데 기관사는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늘 그렇듯 그는 딱딱한 간이 의자를 옆에 놓은 채 열차의 머리에 서서 가만히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열차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그를 기관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는 안전요원이다.


[지금은 무인시대-무인경전철 下편] 누구를 위하여 기차는 달리나
퇴직기관사 출신의 안전요원이 안전사고에 대비해 무인경전철에 상주하고 있다.


삐걱삐걱 무인경전철
우이신설 무인경전철은 개통 초부터 갑자기 운행을 멈추거나 자동문이 닫히지 않는 등의 잦은 안전사고가 발생해왔다. 다행히 개통 후 무인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 열차 내 안전요원을 배치한 관계로 큰 사고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열차 내 배치된 안전요원은 80%가 퇴직한 기관사, 20%가 철도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로 모두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는 역무원과 안전요원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2020년부터는 서서히 안전요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현재 우이신설 무인경전철에서 안전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규철 씨(62세)은 “작년 12월 말에 기관사를 정년퇴직한 후 안전요원으로 근무한지 한 달 정도 됐다”며, “우이신설 무인경전철은 특히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 씨는 “사람이 많을 경우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몇 번 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게 되면 문이 아예 닫히지 않는다”며, “안전요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가 이런 상황이 발행하면 즉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운행 중 열차가 갑자기 선로에서 멈추는 경우도 있다”며, “그럴 때도 안전요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무인시대-무인경전철 下편] 누구를 위하여 기차는 달리나
우이신설선 무인경전철 내부는 안전요원과 승객이 한 공간에 있는 구조다. 무인시스템으로 운행되는 경전철 안에서 안전요원이 밖을 주시하고 있다.


시민, 나도 한 마디 합시다!
무인경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무인경전철에 대한 저마다의 견해를 밝혔다.

무인경전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연극배우 송영숙 씨(45세)는 “처음 이용할 때는 무인경전철이 멈춘 적이 있어서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은 안전하다고 느낀다”며, “특히 안전요원이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무인시스템이 확산돼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야에 따라 다른 생각을 보이기도 했다. 송 씨는 “경전철은 무인시스템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편의점 같은 경우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판매와 구입이 이뤄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주로 등산을 다닐 때 무인경전철을 이용한다는 서울시 퇴직공무원 최명식 씨(78세)는 “처음 무인경전철을 이용할 때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만, 기존 지하철은 문이 열리고 닫힐 때 기관사가 확인 후 출입문을 여닫는데, 무인경전철은 아무래도 불안한 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 씨는 “무인시스템도 좋지만, 안전요원만큼은 배치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무인시대-무인경전철 下편] 누구를 위하여 기차는 달리나
우이신설선 무인경전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모습이다. 자동운행열차에 있지만 안전요원이 상주해 있기 때문인지 평온해 보인다.


무인경전철, 안전으로 가는 길
우이신설 무인경전철은 잦은 안전사고로 인해 무인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안전요원의 배치로 무인시스템이라는 의미는 다소 퇴색된 느낌이다.

우이신설경전철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개통 초기라 역무원과 열차 내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며, “이는 안전사고 발생을 수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통 초기에 계획된 일로 무인시스템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트렌드는 무인시스템”이라고 정의내리며, “유지․보수비나 인건비 절감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무인경전철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무인경전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역무원, 유지․보수 직원, 안전요원들이 사고에 대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중앙관제센터에서 컨트롤하게 돼 있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관련 인원은 지속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무인경전철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인시스템으로 운행되는 유인경전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질적인 운행은 무인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100% 무인시스템에만 기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중앙관제센터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문제를 파악하고 대처한다고 해도 비상 대피와 같은 경우는 무인시스템이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퇴직기관사의 고용률이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그들의 경륜을 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헐값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무인경전철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고용 창출의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라, 시행․운영사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계획된 부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최소한의 인력은 투입돼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무인경전철이 완전 무인화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인경전철에 사람이 타야 하는 이유다.
염재인 기자 yji@kidd.co.kr

제조업체에서부터 정부 정책이나 동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0 / 1000

주소 : 08217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 53길 15, 업무A동 7층 | TEL : 1588-0914 | 정기간행등록번호 서울 아 00317 | 등록일자 2007년 1월29일

발행인 · 편집인 : 김영환 | 사업자번호 : 113-81-39299 | 통신판매 : 서울 구로-1499

대통령표창

산업일보의 사전동의 없이 뉴스 및 컨텐츠를 무단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과 관련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SINCE 1991 DAARA ALL RIGHT RESERVED

대통령표창

산업일보의 사전동의 없이 뉴스 및 컨텐츠를 무단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과 관련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SINCE 1991 DAAR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