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부품 기업은 태국에 형성된 글로벌 자동차 밸류체인(공급망)을 교두보로 아세안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OTRA의 ‘태국 자동차산업 글로벌 밸류체인(GVC) 진출방안’ 보고서는 중국, 일본도 2030년까지 세계 4위의 경제블록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2022년까지 대아세안 무역규모를 2000억 달러, 4강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남방정책에 따라 아세안은 한국 기업에게 가장 각광받는 대체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서도 특히 자동차부품 등 ‘부품소재’ 분야는 올해 상반기 對아세안 수출이 전년대비 24.3% 늘어나 아세안시장 공략의 선두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산업의 태국 진출은 그 잠재력에 비해 미미하다. 태국은 2016년 우리 자동차부품의 22번째 수출대상국에 불과하고, 대(對)태국 수출액은 1.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2013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태국에 투자진출한 우리 자동차부품사도 10개에 불과하다. 우리 완성차 업체가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지역에 아직 생산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태국은 아세아 최대·세계 12위의 자동차 생산국가로, 마지막 남은 베트남까지 2018년 1월부터 완성차에 대한 아세안 역내관세를 완전 철폐함에 따라 아세안 자동차생산 허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올해 30%→2018년 0%).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태국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2016년 194만 대에서 2021년 239만 대로 5년 만에 23.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자동차 산업은 내수 77만대, 수출 119만대로 수출주도형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60년대부터 산업기반 구축을 위해 해외투자유치에 적극 나서, 완성차 업체는 모두 일본을 비롯한 외국계 회사이고 Tier 1도 과반수가 외국계 또는 합작회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볼 때 KOTRA는 우리 기업에 태국의 아세안자동차 밸류체인에 적극 뛰어들 것을 조언한다. 일본의 높은 시장점유율, 한국산에 부과되는 고관세 등 우리 자동차의 아세안 시장 내 경쟁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으나 일본 등 글로벌 기업의 밸류체인이 잘 갖춰진 것을 역이용해야 한다.
특히, 과감한 투자를 통한 현지조달을 노려볼만 하다. 태국진출 한국기업 D사는 “관세 및 물류비, 현지 업체들과의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및 A/S 등을 고려했을 때 현지 투자진출을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인 제트로(JETRO)에 따르면 아시아진출 일본기업의 72%는 원가 절감 및 납기 단축 등을 이유로 현지조달 비율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태국 자동차산업의 그린화·전장화·경량화 추세에 따라 리튬 배터리, 인버터, 컨버터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부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태국에 소재한 기업들의 우리 기업에 대한 평가도 높다. 태국계 Tier1 A사는 “한국기업은 리드타임이 짧으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KOTRA는 지난 9월 방콕에서 연 ‘아시아 글로벌파트너링 사업(GP Asia 2017)’ 등 아세안에 폭 넓은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현지 부품조달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을 중점 타게팅하고 있다. 글로벌파트너링 사업은 우리나라 부품소재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글로벌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KOTRA의 대표사업이다. 일본어로 제작한 ‘해외진출 우리 부품소재 기업 디렉토리’를 최초로 발간하기도 했다.
전춘우 KOTRA 방콕무역관장은 “2007년부터 태국정부가 친환경차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태국 주요 부품기업의 기술협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 일본 수출 경험을 활용해 일본계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생산시설 구축 또는 합작투자를 통해 밸류체인 편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